초기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물이 아니더라도 그가 택한 소재에는 그 제목에도 보이듯이 퇴적된 시간에 묻혀 있으면서도 의식 속에는 의미 깊게 남아 있는, 남았다고 하기 보다는 현재의 그것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좋을, 그래서 사실은 아주 강렬하기까지도 한 과거의 한 순간이나 기억,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사물들이 형상화된 것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포착을 흔히 이야기하는 예술적 감수성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에까지 넓혀 이해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즉, 의식 속에 남은 어떤 사물의 기억이나 순간이란 단지 지나간 시간의 정지된 한 장면이 아니라 그것이 오늘날 자신에게 가지는 의미를 만들어준 결정적인 순간의 그것이며, 그렇다고 한다면 어느 한 대상이 지금 눈앞에 존재하는 방식은 단순히 시각에 의한 포착이 아니라 그렇게 결정적인 순간이 모여 형성된 자신이 형상화 하는 대상이 된다.

(다시 여정에 나선 윤종석의 발걸음, 박정구 평론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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