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식의 개와 쥐와 오리와 고양이은 인간의 활동과 연관이 있지도 인간과 주종관계에 있지도 인간과 공생의 관계에 있지도 인간의 머리 꼭대기에 있지도 않다.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에서, 그들만의 리그 안에 존재한다. 쥐와 개는 꼬리를 늘어뜨리며 꽃을 피우고, 오리는 세수 대야를 타고 바다 가에 앉아 있고, 고양이 발바닥을 한 개는 날개를 달고 뒤 태를 보이며 떠 간다. 그들은 상징적인 액션을 취하고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러한 상태’에 있음을 보여준다. 서술의 잡음 없이 어떠한 선상에 있는 그들의 세계는 사건의 상태, 고요함의 상태, 정지된 움직임의 상태 내에 존재한다. 그들이 갖고 있을지도 모를 서사의 실마리를 찾아내어 억지스럽게 이야기를 끼워 맞출 수도 있겠으나 그러기에 그들은 너무나 정적과 조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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